일반기사 | KBS 노조간부 성추행 파문
2001-03-03 서정은 기자
KBS 노조의 한 간부가 함께 근무했던 여성 두 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이하 100인위)는 “KBS 노조 부위원장인 K씨가 직위와 친분관계를 악용해 강간미수 및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지난 19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두 여성의 사건을 인터넷을 통해 전격 공개했다.
100인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K씨는 95년 8월경 과거 한 사무실에서 일하던 피해자 A씨를 부산으로 불러내려 술을 마신 후 숙소를 잡아준다며 호텔방으로 안내해 강간을 시도했고, 97년 3월경에는 과거 친분이 있던 피해자 B씨가 다른 여성활동가와 부산으로 여행왔을 때 2차로 간 단란주점에서 다른 여성활동가가 화장실을 간 사이 강제로 키스하는 등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K씨는 이에 대해 “A와 B의 주장은 피해 시기가 정확하지 않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터무니없는 음해인 만큼 법적으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KBS 노조 역시 27일 공식성명을 통해 “두 여성의 거짓 주장과 100인위의 무책임한 폭로는 K씨 개인은 물론 KBS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노조는 26일 K씨 명의로 100인위, A와 B씨, 그리고 이를 보도한 동아닷컴 명예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A씨는 “K씨가 부위원장으로 당선된 뒤 권력을 이용해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 노조는 피해자 입장을 들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B씨도 “노조는 K씨를 부위원장이라는 이유로 감싸면서 함께 일해온 직원에 대해선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KBS 내부에서는 A와 B씨를 돕기 위한 ‘성추행 의혹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돼 피해여성들의 소식을 전달하고 소송비용을 모금하는 등의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KBS 여성협회는 26일 “가해사실을 전면 부인한 채 개인적 사과조차 없이 부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K씨는 자진 사퇴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공대위에서 진행중인 모금운동에 동참하는 등 피해여성들에게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26일 KBS 노조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지난해 7대 노조에서 실시한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해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K씨의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징계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추행 의혹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언론노조와 KBS 노조에 3월 5일 간담회를 갖자고 제안하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섰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공개한 100인위는 “K씨 사건은 직위와 친분관계를 악용한 명맥한 성폭력 사건이며 KBS 노조 내 처리과정은 성폭력을 묵인·방조·조장하는 운동사회의 가부장적 구조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으로 규정하고 다음주 안으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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